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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통/슬기로운 직장생활

꼰대를 대처하는 방법 feat. 라떼는 말이야

2021. 12. 9.

꼰대에는 라떼는 말이야 유형, 결정장애 유형, 상명하복 유형, 오지라펴 유형이 있는데 각 유형별로 대응하는 방법이 다르기 때문에 우리 직장에 있는 꼰대가 어떤 유형인지부터 파악해야 합니다.

 

꼰대를 대처하는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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꼰대를 대처하는 방법

 

작년 이맘때쯤 영국 공영방송 BBC Two에서 '오늘의 단어'로 한국어인 '꼰대'가 선정됐었습니다. '꼰대'라는 단어는 남보다 서열이나 신분이 높다는 이유로 자기만 옳다는 생각으로 남에게 충고하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하는 사람을 말하는데요.

 

오해를 하면 안되는게 나이가 많은 기성세대라고 해서 모두가 다 꼰대라는 건 아니고 누가봐도 논리적인 근거 없이 자기 주장만 내세우고 충고하는 사람을 우리는 꼰대라고 부릅니다.

 

 

꼰대에 대처하는 게 어려운 건 꼰대에도 다양한 유형이 있어서 유형별로 다르게 대처를 해야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얼마 전에 공무원 8년 차가 된 입장에서 그 동안 다양한 유형의 꼰대들을 만나왔었는데요. 그분들을 어떻게 대처해야할 지에 대해 얘기해보려고 합니다.

 

 라떼는 말이야

 

라떼는 말이야. 우리 땐 안 그랬는데. 요즘 젊은 것들은 버릇이 없다. 무려 기원전 1,700년경부터 시작해서 유구한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인류 최고의 유행어들. 인류가 멸망할 때까지 영원히 사라지지 않을 바로 이 전설의 떡밥들이 우리가 오늘 얘기하는 그 꼰대들이 주로 쓰는 말입니다.

 

이게 인성이나 업무상 문제가 없는 분이 하는 단순한 자랑질이라면 대단하시다고 맞장구만 쳐줘도 되겠지만 그게 아니라, 자기가 겪은 경험만이 전부인 것처럼 말하는 훈계질이라면 '이 사람이 말로만 듣던 꼰대구나' 하고 인지를 해야 합니다.

 

가장 대표적인 예로 출퇴근 시간이 있습니다. 원래 공무원의 법정 근무시간은 09시 출근 18시 퇴근인데요. 직장상사보다 늦게 출근하거나 일찍 퇴근하려고 하면 당연히 눈치가 보이게 됩니다. 나 스스로 눈치를 보는 거라면 특별한 문제가 없겠지만 직장상사가 눈치를 줘서 내가 눈치를 보는 거라면 그게 꼰대질 중에 하나입니다.

 

 

거기서 더 심한 꼰대들은 주말에도 갑작스럽게 출근을 시키기도 하고, 신규직원이면 업무를 한창 배워야 할 때인데 야근을 많이 하지 않는다면서 라떼는 안 그랬다고 꼰대질을 하기도 합니다. 

 

술자리도 마찬가지입니다. 6시가 돼서 퇴근을 하려고 준비를 하는데 팀장님이 갑작스럽게 술을 먹자고 하는 경우가 있고 술을 못하는 직원에게 강제로 술을 먹이기도 하고 거부하면 라떼는 말이야 하면서 꼰대질을 합니다.

 

아쉽게도 직장생활에서는 이런 꼰대 상사들을 이길 방법이 없습니다. 대화로 노력해봤자 어차피 자기 말만 하고, 상대가 무슨 말을 하면 자신을 무시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꼰대들의 화만 더 키우게 됩니다.

 

아무리 합리적인 논리로 조목조목 설명을 한다고 해도 세상에 100% 옳은 말은 없기 때문에 꼰대들은 절대 발생할 수 없는 0.001%의 가능성도 마치 이럴 수도 있다는 논리로 맞받아치거나 어린 놈이 말대답한다고 개욕하게 됩니다.

 

사실 논리가 통하는 사람이라면 애시당초 이런 꼰대질을 할 이유가 없기 때문에 정신병자구나하고 불쌍함을 느끼면서 넘어가는 게 상책입니다. 똥이 무서워서 피하는게 아니라 더러워서 피하듯이 최대한 신경을 안 쓰면서 꼰대질을 하면 단답형으로 대답하고 피해야 합니다.

 

우리가 군생활을 할 때도 마찬가지였지 않습니까. 선임이 꼰대라면 늦게 들어온 내가 그걸 극복할 수 있는 방법이 없는 것처럼 직장 내 꼰대들도 똑같다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그래도 제가 전역할 때쯤 보니까 이등병이 아니라 이등별..

 

 결정장애

 

직장상사가 업무적으로 꼰대질을 하기 시작하면 근무하는 9시간이 지옥같은 시간이 됩니다. 우리보다 업무경험이 풍부한 상사들이 방향을 잡고 이끌어줘야 하는데 결정장애 유형의 꼰대들은 조금이라도 책임을 져야하는 상황이 생길 것 같으면 결재를 안 해주는 꼰대질을 합니다.

 

이런 결정장애의 꼰대들에게 보고를 할 때는 최대한 설득력있는 근거자료를 많이 가지고 보고해야 합니다. 각종 질의회신, 법제처 법령 해석례, 대법원 판례와 같은 유권해석까지 뒤져서 누가봐도 결정을 내릴 수밖에 없는 보고를 통해서 실력으로 극복하는 방법밖에 없습니다.

 

그러면 보고하는 건건마다 그렇게 준비해가야 하냐고 하실 수가 있는데요. 이게 여러 번 반복되다보면 신뢰도가 쌓여서 그 업무에 대해서는 자연스럽게 믿고 맡겨주게 됩니다. 그렇게까지 하는데도 결정을 안 내려주면 그거는 꼰대가 아니죠. XXX죠.

 

 상명하복

 

결정장애 유형보다 더 심각한 게 바로 상명하복 유형입니다. 서열이 낮으면 이유를 불문하고 절대 복종하라는 상명하복 유형의 꼰대들은 그 지시가 맞든 안 맞든 무조건 복종하기만을 바랍니다. 심지어 자기가 틀렸다는 것을 알면서도 일부러 내가 제시한 의견에 반대되는 의견을 내세워서 직급으로 내려찍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런 경우라면 어차피 내가 하는 말의 반대로만 하려고 하기 때문에 처음부터 내가 생각했던 것과 반대되는 의견을 가지고 가면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답을 얻을 수 있습니다.

 

 오지라퍼

 

말투, 목소리, 표정, 옷차림과 같은 외모 지적을 포함해서 주변 일거수일투족을 다 참견하고 내 인생까지 멋대로 참견하는 오지라퍼 유형의 꼰대라면 앞에 말했던 것들 모두 가지고 있는 꼰대 중의 꼰대, 꼰대의 끝판왕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사적인 지적을 하는 사람들이 대부분 출퇴근 시간도 지적을 하고, 술자리에서 술을 강요하기도 하며, 결정장애나 상명하복 등 업무적으로도 스트레스를 줄 확률이 높아서 꼰대들 중에서도 최악의 형태로 가게 됩니다.

 

업무에 관한 건 당연히 경험이 더 많으니까 훈수를 둘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할 수 있지만 개인의 라이프 스타일까지 참견해서 일일이 지적을 한다면 스트레스가 극에 달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런 경우에는 아예 못 들은 척을 하거나 대화를 다른 화제로 돌려서 논점을 흩트리는 방법으로 피하면서 내가 받을 스트레스는 내가 최소화시켜줘야 합니다. 물론 사적인 지적에 성희롱이 포함된다면 당연히 상급기관에 신고를 해서 모가지를 날려야 합니다.

 

지금 이 순간에는 우리가 새로운 세대지만 우리도 자연스럽게 점점 기성세대가 되어가고 똑같은 꼰대가 될 수 있기 때문에 이런 꼰대들의 모습들을 교훈으로 삼아서 우리도 꼰대가 되지 않도록 노력합시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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